일상과 리뷰/다녀온 곳들에 대한 단상

<성수동 LCDC 방문기> 다양한 컨텐츠를 세심하게 담은 공간

sity den 2023. 3. 21. 07:20

원래 1층에 자동차 수리점, 2·3층에 신발 제조 공장이 있던 대형 부지가 개방감 있는 150평의 중정과 4층 규모의 건물(영업면적 500평)으로 개조되었다. 

 


 

LCDC 영업시간: 월~일 11:00~20:00

LCDC, 저마다의 이야기를 말하는 브랜드가 서로 협력하고 있는 공간 플랫폼

 

LCDC는 'Le conte des contes' 의 줄임말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 라는 뜻이다. 프랑스어 문장의 앞 글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이 바로 LCDC 이다.

2021년 3월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으로, 1층에는 카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패션 스토어 LCDC (공간 이름을 이 패션 브랜드에서 따왔다.) 등의 여러가지 상점들이 있다.

직접 가보니 상점의 컨텐츠 측면이나 공간의 마감재들이 잘 어우러지는 완성도 높은 공간으로 보였는데, 찾아보니 총괄 아트 드렉터가 있다고 한다.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 하에 연관 없는 것들을 조합해놓은 건물이 아닌, 하나의 공간으로 잘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4월, 오픈 한 달 쯤 후에 한 번 방문하고, 이번에 또 방문했는데, 저번에 갔을 때보다 훨씬 사람이 많은 걸 보아 성수동의 핫플로 잘 자리 잡은 것 같았다. 


1층: cafe 이피메라(Ephemera)

이미지 출처: LCDC 인스타그램

내부의 150평 규모의 중정을 지나 1층으로 들어가면 카페 이피메라가 있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했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학교 온라인 수업으로 강연을 해주셨었다. 그때 하셨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단시간의 목적을 위해서 제작되었지만 사용시한이 지나며 기능을 상실한 지류를 의미하는 이피메라는 지금 바라보아도 아름답다. 개인적인 경험과 관계에 따라서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작고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목적성을 갖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벽면을 크고 작은 액자들이 꽉 채우고 있다. 전시품의 상당 수가 전체 공간 기획을 총괄한 김재원 아틀리에 에크리튜 대표가 소장하고 있던 것들이라고 한다.

중정을 걸어들어와서 제일 처음 LCDC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누군가의 소중한 수집품이 카페를 장식하고 그것을 보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상상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한 것부터, LCDC의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다. 장식되어있는 지류들은 너무 작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게 뭔지 의식할 수 없는데, 장식들이 무엇인지 알고 간다면, 자세히 보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왼쪽: 시켰던 음료 / 오른쪽: LCDC 인스타그램

일반적인 카페보다 좌석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하는 노력이 보였다. 카페의 곳곳에 앉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서, 데드스페이스를 최소화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오후에 갔는데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메뉴는 다양한 커피 종류와 티, 타르트 같은 디저트를 팔고 있는데 나는 아이스카페라떼를  시켰다. 솔직하게 맛은.. 잘 모르겠다. 


 

2층: 패션 편집샵 Le conte des contes

1층의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패션 편집샵 Le conte des contes가 있다. LCDC를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공간의 이름을 따온 브랜드이다. 

이미지 출처: LCDC 인스타그램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뜻을 공간에 녹여내기 위해 '병치'라는 단어를 공간의 언어로 선택했다고 한다. 병렬적으로 곳곳에 행거들을 배치하고, 브랜드의 제품이 아닌 시계라던지, 향수, 공간 탈취제 같은 다른 브랜드의 제품들도 보였다. 확실히 공간을 구성하는 언어를 가지고 재질을 유리와 스틸 같은 해체 주의 감성으로 통일해서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한 곳에 전시하니,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쪽에 포토존 같은 거울과, 타 브랜드의 향수들이 있었는데 공간과 잘 어울렸다. 브랜드 의류와 소품이 메인이고 공간 곳곳에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있는 것도 공간의 컨셉과 잘 어울리고 볼거리도 많아서 좋았다. 


 

3층: DOORS, OPEN DOOR, AND YOU SEE THE NEW WORLD

3층에는 긴 복도에 7개의 문이 마주하고 있다. 문을 열면 브랜드가 만들어 내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애니메이션 몬스터주식회사에서 볼 수 있는 문을 차용해서 만든 공간이다. 영화에서 문Doors은 전 세계 어린이의 방으로 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각각의 다양한 세계를 이어주는 상징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이 공간 역시 복도를 걷다 마주하는 문을 열면 하나의 세계관, 하나의 브랜드가 펼쳐 놓은 그들만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7개의 문이 있는데 그 중 두개의 문으로 되어있는 큰 공간은 계속해서 바뀌는 팝업 공간으로 고정한 듯 하고, 나머지 6개의 공간은 브랜드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는 어떤 세라믹 아티스트 분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작가의 노트가 인상적이어서 매모했던 기억도 난다. 그냥 브랜드 공간으로만 꾸며놓았으면 식상했을 것 같은데, 한 공간을 팝업스토어로 해놓으니 방문자의 입장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은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출처: LCDC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하고 있는 현재는 ⟪ COORDINATE OF TIME : 시간의 좌표 ⟫ 라는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순간의 향을 통해 마주하는 ‘나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브랜드 POINTTWOFIVE.SECOND의 공간으로,전시를 통해 ‘지금’ 이라는 시간을 무한히 확장되는 좌표로서 표현해보고자 했다고 한다. 

https://025s.co.kr/abou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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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s.co.kr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공간의 구성만 보면 좋은 공간구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쪽의 큰 창을 디스플레이와 가구로 막고 인공조명과 디스플레이의 조명만으로 밝히고 있는데, 바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공간 전체를 밝히지 못한다. 너무 애매하게 어두워서 오래 머무르기 힘들었고, 사진을 찍어도 희뿌옇게 나왔다.

저 디스플레이를 사람들이 관심있게 보거나 사진을 찍는 걸 못봐서 저거 말고 다른 조명 연출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작년에 했던 세라믹 아티스트의 전시를 보면 이 팝업스토어를 위한 공간은 한쪽에 큰 창이 나있어 볕이 매우 잘 드는 공간이다.

그 장점을 살려 전시를 준비하거나 조명의 질을 좀 더 높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달 남짓 하는 전시여서 전시의 퀄리티를 높이기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과 별개로 브랜드 자체가 너무 좋아하는 브랜드이고, 제품들을 직접 시향해볼 수 있어 좋았다. 

제품들이 잘 전시되어있고 관계자 분들도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향수와 향수 케이스를 구매했다. 사은품으로 핸드크림과 키링을 받았다. 제품의 이름 끝에 0.25초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다.

인간이 어떤 향을 맡고 향을 인지하는 순간이 0.25초라고 한다. POINTTWOFIVE.SECOND는 이 0.25초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향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내가 구매한 DRAW ANNUAL RING 향수와 핸드크림은 우드, 다양한 과일이 섞인 향이 나는데, 낡은 고목이 주는 울림과 존중을 담았다고 했다. 구매한지 조금 지난 지금도 잘 쓰고 있다. 

4층은 가보지 않았지만  포스트스크립트 라는 루프탑 바가 있다고 한다. 편지 끝에 추신을 남기듯 공간의 맨 마지막에 자리잡고 있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바라고 한다. 


흐린 날 찍었던 사진이라 어둡다

입점해있는 브랜드마다 인테리어, 디스플레이, 향기, 음악, 구매방식 등 완전히 별개로 존재하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한 브랜드의 취향을 완전하게 경험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하나의 공간으로 어우러지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LCDC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건물을 연결하는 큰 중정을 두고 층별로 다른 컨텐츠를 구성하여 방문자가 동선을 헷갈리지 않게 구성한 점,  한정된 공간에서 어떤 브랜드가 들어오더라도 담아낼 수 있는 건물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구성한 점등을 인터뷰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중정 벽이 하늘을 잘라내서 보여주고 있는데, 흐린 날 찍어서 아쉽지만 맑은 날 낮에 방문하면 야외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마당에 음향 시설과 조명도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 건물의 장점인 중정을 완전하게 즐기려면 LCDC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시고 외부 행사가 열리는 맑은 날에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