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리뷰/다녀온 곳들에 대한 단상

<우연히 웨스 앤더슨 > 전시 / A day in Seongsu-dong

sity den 2022. 5. 3. 11:47

Road Map 

2022년 4월 20일 학교에서 필드트립으로 성수동을 보냈다.

학교 4년 다니면서 코로나 때문에 2년은 과제만 하고 드디어 밖에 보내주는구나... 싶었다. 

그라운드 시소 성수 - 복합 문화공간 LCDC - 카페 Lowkey, Archi 순으로 돌아다녔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에 대한 내용이 많아서 이것만 따로 글을 작성하기로 했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 : 어디에 있든, 영감은 당신 눈 앞에 있다. 

1. 전시 관람 : 우연히 웨스 앤더슨 
지난 4월 20일, 학교에서 필드 트립으로 가게 된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 사진전은 처음이라 떨렸다.
답사 후 간단한 레포트를 작성해야 해서, 나는 전시를 관람하기 전 관람 방법을 생각했다. 


① 마음에 드는 사진을 기억하고 그 설명을 메모했다. 


② 공간의 스토리가 느껴지는지 확인하며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전시를 관람했다. (40분 분량의 전시라 알고 있었는데 약 2시간을 관람했다.) 


③ 사람들의 전시 행태를 관찰했다. 혼자 온 사람은 뭘 했는지, 같이 온 사람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 이 전시는 웨스 앤더슨 감독 (대표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인스타그램 팬덤 Accidently Wes Anderson에 소개된 사진들을 다루고 있다.


- 세계 각지의 비밀스러운 장소를 모험하는 이들의 여정을 관람자가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이름처럼 우연히 마주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같은 사진 작품들을 여행하듯 관람할 수 있다. 고 설명하고 있다. 

- 사진들은 감독의 작품처럼, 파스텔 색조, 완벽한 대칭 구도 등이 특징적이었다. 



전시의 정보 제공 방법 

 

- 일반적인 전시에서 사용하는 방법과 같이, 10가지의 테마로 공간을 나눴다. 각각 도입부 설명과, 간단한 전시 도면이 있는 팜플렛을 제공하고 QR코드를 찍어 다운받을 수 있는 각 사진들에 대한 설명을 담은 pdf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며 진행되었다. 


전시의 관람 행태 

- 일반적으로 동행하며 2-3명이 같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었고, 대부분 QR 코드로 제공되는 pdf를 읽지 않고 흥미 있는 사진 밑에 작게 붙어있는 캡션을 읽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관심있는, 혹은 본인의 추억과 연관된 사진 앞에는 길게 얘기하며 추억을 나누거나,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행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사진들 : No. 84 / Cat 

- ‘이 작은 밀항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배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 수많은 문화 요소가 뒤섞인 도시의 주민들을 하나로 묶는 특성은 바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다. 


- 사실 그냥 고양이가 귀여워서 마음에 든다. 전시에서 개와 고양이 딱 한 마리 씩을 찍은 두 장의 사진이 있는 것도 왠지 모르게 귀엽다.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는데 찍은 사람도 흐뭇하게 웃으면서 찍지 않았을까? 

 

내가 마음에 들었던 사진들 : No. 102 / Rorbu Cabin

- 로르부 (rorbu) 는 밝은 색으로 칠해진 작은 오두막이다.  어둡고 추운 겨울을 보내는 노르웨이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대구가 산란을 위해 북극해로 떼를 지어 이동하는데, 그 때문에 이 곳에서 계절 어부들이 거처로 삼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 춥고 어두운 계절의 영향으로 밝게 칠해진 오두막이 왠지 모르게 인상깊었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사진들 : No. 112 / Glacier Bay National Park & Preserve 

- 설명을 읽기 전에는 마포대교 위에 있는 자살자를 위한 생명의 전화 그런 건 줄 알았다.
그런데 국립공원 속에 있는 전화기이고 흑곰을 발견하면 거는 전화인 것을 알고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인식에 충격을 받았다.  바로 앞이 호수이고 펜스도 낮아서 당연히 자살 방지 용도인줄 알았는데…

-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된 사진이고, 내가 이전의 로르부와 이 전화기 같이 자연 속 소소한 사람을 위한 요소들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 다시 읽어보니 친구에게 전화를 걸 생각을 말라는 설명도 전시와 잘 어울린다.


개인적인 감상

 

- 시간을 들여 읽지 않으면 사진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정보를 원하는 관람자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하고 불친절한 소통 방식으로 보여졌다. 

웨스 앤더슨이라는 영화 감독을 모른다면,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본 전시였다면 다 보고 나서도 그런 이름의 사진 작가가 찍은 사진전으로 기억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다른 수업에서 전시 관련 주제를 발표하게 되어 한 분에게 이에 대해 질문했는데, 웨스 앤더슨 인스타 팬덤 계정의 전시라는 것 마저도 몰랐다고 했다.)


- 번거로웠지만 PDF의 모든 설명을 읽으면서 전시를 관람했는데 소소한 행복은 느꼈지만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없어서 아쉬웠다. 어쩌면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하는게 목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공간 색감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사진에 맞춰서 잘 쓴 것 같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구성이다. 

 

 

전시의 마지막, 보딩 패스 제작 체험에 대한 단상

 

- 답사 후 다른 수업에서 전시공간에서의 인터랙션 디자인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전시 마지막에 보딩 패스를 제작하는 인터랙티브 체험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해서 관련 토픽을 제시했는데, 사람이 많았고 터치 모니터가 4대 밖에 없는데 기다릴 정도의 체험은 아니라 체험하지 않았다는 사람이 꽤 많았고, 별로 였다는 사람, 이입할 수 있는 매개체여서, 좋았다는 사람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 우선적으로,  전시의 구성은 깔끔했다고 생각하지만 성인 기준 전시의 표 가격은 15000원 인 점은 의문이다. 사람들은 122장의 사진을 보고, 보딩패스를 만들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고 밖으로 나갔다.

- 나는 전시의 외관이 감성적이라면 감성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돕는 프로그램 측면도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통한 세계 각지로의 여행’을 테마로 하는 전시에서 딱딱한 화면을 터치하고 이메일로 사진 한 장을 받는 것은 개인적으로 흥미롭거나 전시를 이해하는 체험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 전시의 설명을 여행이라고 하지 않았다면, 이 체험이 이렇게까지 실망스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차라리 출력이라도 해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좋은 전시 경험은 몇 년이 지나도 기억이 난다. 이 전시는 과연 기억에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