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리뷰/다녀온 곳들에 대한 단상

<섬세이 테라리움, SUMSEI TERRARIUM> / 성수동 전시

sity den 2022. 6. 26. 02:25

SUMSEI TERRARIUM

섬세이 테라리움은 브랜드 ‘섬세이’의 첫 번째 공간 프로젝트로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연이 만약 사라진다면?’ 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거대한 테라리움과도 같은 인공의 자연을 만들고 자연을 추억하며 살고 있을 미래의 언젠가의 시점으로 현재를 돌아본다는 컨셉의 전시이다.


학교에서 인터랙티브 디자인 관련 소논문 과제를 하게 되어서 인터랙티브 전시 공간을 대상으로 논문을 쓰고자 했고 섬세이 테라리움을 인터랙티브 전시 중 홍보 전시로 특정하고 다녀오게 되었다. 

지하 1층부터 4층의 루프탑까지 가상의 자연을 형상화한 공간들로 구성됐고, 브랜드 제품이 전시 공간 내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있으며 맨발로 입장하여 흙, 나무, 물, 자갈, 바람을 이용한 인공적 자연의 형태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다.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563620

 

네이버 예약 :: 섬세이 테라리움

[예매 전 안내사항] 1. 맨발 체험 전시 *섬세이 테라리움은 맨발로 진행되는 전시입니다. 입장 전, 신발과 양말을 벗은 뒤 신발장에 보관 후 입장 하시게 됩니다. 2. 코로나 관련 *섬세이 테라리움

booking.naver.com

전시 관람 시간 
11:00 ~ 20: 30 사이 / 10분 간격으로 네이버 예약 운영 

전시 장소
서울 특별시 성동구 서울숲2길 44-1

티켓 가격
성인 기준 18,000원 / 재관람 입장권 50% 할인 9000원 


1. 나는 평일 저녁 8시 (20시) 정도에 예매 했는데 내부에 인원이 4-5명 정도 있었다. 전시 특성상 사람이 없어야 100% 체험할 수 있고 만족스러운 체험을 원하고 여건이 된다면 평일 낮이나 저녁 시간에 예약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2. 맨 발 체험 전시 이기 때문에 입장 전 신발과 양말을 벗은 뒤 신발장에 보관 후 입장하게 된다. 이 과정이 싫거나 번거로울 수 있으니 예매 전 꼭 안내사항을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B1F / Black Out 

(전시 설명) 외부의 시각과 청각을 차단하고 손끝과 발끝의 감각에 의존하여 맨발로 어둠의 공간을 직접 걸어가는 공간이다. 물에 젖은 돌을 밟고 어둠 속에서 벽을 짚으며 손 끝과  발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감정을 깨어나게 한다.

(감상) 개인적으로 지하 1층의 공간이 가장 좋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통로를 걸어 들어가면 사진과 같은 동굴 느낌의 공간이 나온다. 축축한 조약돌을 밟는 느낌과, 돌벽을 만지며 촉각에 의지해서 천천히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1F / Water of Dawn

(전시 설명) 차가운 물의 촉감과 함께 시원한 물내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발 아래에 깔린 물과 머리 위로 지나가는 안개의 촉감과 물내음으로 희미했던 감각들이 점점 선명해짐을 느낄 수 있으며 온 몸이 선명한 감각으로 채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감상) 1층의 물의 공간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흙의 공간 사이에 진흙 같은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통로를 배치해 공간 경험을 극대화 했던 점이 좋았고, 1층 공간의 사방이 거울로 되어있는데 좁은 공간에서 넓은 물 위에 서있는 느낌이 들었다. 


2F / Heart of Wind

(전시 설명) 바람의 결이 느껴지는 자연을 온 몸으로 경험하는 공간이다. 바람의 움직임을 눈으로 볼 수 있으며, 갈대를 손 끝으로 직접 만질 수도 있다. 바람의 소리와 냄새를 재현한 공간에 누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감상) 내부 공간인데 바닥이 진짜 흙인 점이 정말 이질적이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바람 소리와 인공 바람, 갈대를 통해 어두운 밤에 갈대 숲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3F / SUMSEI Forest 

(전시 설명) B1F에서 느꼈던 발끝과 손끝의 촉각을 곳곳의 나무와 돌을 통해 한 번 더 느낄 수 있으며, 실제 숲 속에 들어온 듯한 싱그러운 숲의 향기와 미각을 자극하는 차 한 잔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감상) 바닥에 깔아놓은 돌들이 B1 입구에서 느꼈던 촉감을 다시 한 번 재현하려고 했다는 걸 전시 설명을 읽어보고 나중에 알았다. B1F의 돌들은 물에 젖어 있어서 아프다는 느낌을 못 받았는데, 3층의 돌들은 말라 있어서 발이 조금 아팠다. 제공되는 차는 너무 달았고, 3층은 시각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생각보다 감각에 대한 요소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차를 제공하는 것을 보면 이 공간에 오래 머무는 것을 구상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별로여서 금방 4층으로 올라갔다.


RT (4F)  / Refresh Five Senses

(전시 설명) 차근히 쌓아 올린 감각들로 실제 자연을 마주하는 공간이다. 빼곡한 나무 벽 사이로 자유롭게 드나드는 자연의 빛과 바람,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힘을 온몸으로 느끼며 감각의 경험을 마무리 할 수 있다.

(감상) 이전의 공간들은 그저 처음 겪는 느낌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즐거웠지만 묘한 답답함을 느꼈다. 4층의 공간은 실제 자연을 마주하며 해방감을 느끼게 했다. 이건 실제로 이 공간들을 체험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거울이 계속 빙글빙글 돌았고, 그 뿐인 공간인데 오랜 시간 머물렀다. 아무리 인공의 자연을 실제와 가깝게 만든다고 해도 실제 자연을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

섬세이 테라리움은 관람객이 브랜드의 제품을 단순히 매장에 가서 잠깐 보고 만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를 기획하여 브랜드의 이미지를 향상하고 브랜드와 관람객 간의 쌍방향 소통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홍보 전시였다. 그러나 공간 중 3F의 ‘SUMSEI FOREST’은 느낄 수 있는 오감에 대한 설명과 달리 시각적인 상호작용 요소를 제외하고 인터랙티브 요소를 느끼기에는 공간에 표현된 매체 면에서 상호작용 요소가 부족했다고 보여졌고, 이 점은 조금 아쉬웠다.

만약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연이 있어야 할 제 자리를 잃어버린 그때
우리는 도시 한가운데 인공적인 테라리움과
같은 대체 자연 속에서 잃어버린
자연으로부터의 감각과 추억을 되찾으려
노력할지도 모릅니다.


거대한 인공의 자연을 통해 자연을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는 전시 의도 자체는 4층의 루프탑 공간을 통해 확실하게 느끼게 되어서 나중에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좋은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과제 때문에 방문한 전시임에도 체험 내내 웃음을 줬고, 체험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