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리뷰/다녀온 곳들에 대한 단상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 카페 알토바이밀도

sity den 2020. 8. 1. 20:48

7월 31일 목요일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 다녀왔다. 이번 주는 내내 비가 오다 안 오다 해서 그런지 날이 무척 습하고 더웠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작품으로, 고등학교 시절 이 곳 지하에 있는 알토바이밀도 카페에 가는 게 버킷리스트에 있었는데 한동안 잊고 지내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건물 분석 레포트를 쓰는 과제를 하면서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사전에 조사하면서 감탄한 건물이다 보니 그만큼 기대감도 높았다.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건축 철학 /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 David Chipperfield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건축철학 /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 David Chipperfield

1953년 영국 태생 실내장식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건축을 하게 되었고, Richard Rogers와 Norman Foster를 거쳐 1984년 자신의 사무소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를 설립해 본토인 영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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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건물의 컨셉과 내부 분석,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건축 철학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뒀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다. 

 

내부도 그렇지만 건물 외관 조경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이 정도로 가까이서 찍지 않고 조금만 떨어져도 건물이 주변 건물들에 가려져 카메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이유로는 신사옥 건물 주변에는 대부분 높이 150M 정도의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신사옥은 높이 110M 정도로 낮게 지어졌기 때문이다. 건축물이 땅과 사람에 가깝게 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건물 1층을 둘러싼 큰 기둥들로 이뤄진 회랑은 도시와 건물의 경계 공간을 만들어낸다.

 

4호선 용산역 1,2 번 출구를 통해 지하로 들어갈 수 있다. 

링크된 글에도 적혀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대기업의 사옥은 개방적 이라기보다는 폐쇄적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사옥은 이례적으로 용산역 지하철 출구와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개방적인 성격의 공간이다. 

사진으로 보다가 실제로 가보니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접근성이 높고 편리했다. 

 

 일반인은 지하와 1층, 2층만 출입이 가능하다. 

절제라는 큰 틀 속에 풍부함이라는 주제가 담겨있는 건물의 핵심 공간, 아트리움이다. 워낙 조명 배치도 잘 되어 있어서 단순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고 외관의 루버 디테일처럼 절제되고 섬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접근해서 이용할 수 있는 광장, 공원과도 같은 건축에 알맞은 내부라는 생각이 든다. 

 

천정 위쪽으로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사옥 직원들의 휴식공간인 중앙정원이 있다. 

 

건물 입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수직의 기둥들이다. 수직 알루미늄 루버라고 부르는 백색의 기둥들로

커튼 월 구조(유리)를 직접 노출시키지 않고 가렸다.

 

또한 기능도 고려한 계획이다. 통풍과 채광을 고려해 루버의 크기를 조절한 것이라고 한다. 

 

“루버의 깊이를 남쪽과 동쪽 입면은 깊게, 북과 서쪽은 얕게 설계했다”며 “봄과 가을에는 창을 열어 밖의 공기를 안으로 들여놓는다”라고 한다. 

루버의 간격과 크기에 미세하게 변화를 줘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입면이 위로 올라갈수록 약간씩 돌출되도록 디자인한 것도 자칫 건조하고 위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건물의 볼륨감을 줄이기 위한 장치이다. 

닫혀있어 밖에서 찍은 아카이브..

2층에 있는 아모레 스토어는 깔끔하고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모레 퍼시픽 아카이브도 가보고 싶었는데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닫혀있어서 아쉬웠다. 말 그대로 아모레퍼시픽의 역사와 변화과정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놓은 아카이브로 보였다. 

 

내부를 쭉 둘러보고 난 뒤에 지하에 있는 카페 알토 바이 밀도에 방문했다. 이 곳은 20세기를 대표하는 핀란드 디자이너 디자이너 알바 알토(Alvar Aalto)의 디자인 철학에 영감을 받은 카페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알바 알토를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해서 꼭 와보고 싶었다.

 

내부는 그렇게 넓지 않지만 알바 알토의핀란드 자연환경에서 영향을 받은 유기적인 곡선과 기능주의를 통해 인류의 건축과 디자인 역사에 혁신을 일으킨 디자이너 알바 알토의 건축 철학, 곡선의곡선의 섬세한 디테일들이 눈에 띄는 공간이었다. 

 

알바 알토의 대표적인 작품인 물결 모양 화병, 사보이를 모티브로 천장에 핀란드의 호수를 재현하는 등 고객들이 알바 알토의 디자인은 물론 핀란드의 문화 또한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고 한다. 

 

알바알토의 대표작, 사보이 꽃병

유기적인 곡선이 매력적인 사보이 꽃병. 1936년 파리 세계 박람회에서 처음 선보였고 이듬해 출시되었다. 

 

아무래도 면적이 좁고 건물 내부에 있는 카페다 보니 공간 활용에 제약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부분적으로만 사용된 선들이 아쉬웠지만, 그의 유기적인 곡선 디자인이 아름다운 것을 직접 보며 다시 한번 더 체감할 수 있었다. 

 

거치대에 알바 알토의 카탈로그들, 디자인 서적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알바 알토를 모르는 방문자에게 공간의 컨셉을 알려줄 수 있는 섬세한 디테일로 느껴져 좋았다.

 

카페 알토 바이 밀도의 모든 이동가구는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Artek사의 테이블과 의자, 스툴이며 

내부 마감재 또한 알바 알토가 주로 사용했던 자작나무 소재를 활용했다고 한다.

커피만 마시려다 베이커리를 직접 만드는 걸 볼 수 있었고 맛이 괜찮겠다 싶어 에그타르트, 단호박 스콘, 레몬 마들렌을 먹었다. 역시 너무 달지도 않고 적당히 맛있었다.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과 그 내부에 있는 알바 알토를 담은 카페. 배울 점이 많은 공간이었고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와서 아카이브를 보고 싶다.